gureum 둔주 2019. 7. 4. 14:01

 

 

 

 

 

 

1. 개망초 전설

 

자식들은 도시로 떠나고

지아비도 저승길로 떠나시고

넓은 집에 홀로 남은 늙으신 어머니

집안 구석구석 허리 굽도록

쓸고, 닦고, 풀 뽑아내시니

백년 세월 사 대를 이어온 삶터는

풀포기 하나 없이 정갈했었다.

 

넓은 마당에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의 오후

거동마저 불편한 늙으신 어머니

토방에 홀로 앉아 따순 봄볕 쪼이시며

시집 온 날의 수줍은 추억 그리시다

맑은 물보다 정갈한 모습 그대로

지아비 기다리는 저승으로 가셨다.

 

그뒤

휑한 빈집의

마당은 황량했었다.

 

어느새 풀 우거진 빈집의 넓은 마당에

칠월의 여름햇살 눈부시게 쏟아지던 날

늙으신 어머니의 흰 머릿결 같은 순백의 꽃

눈처럼 하얗게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2019년 7월 4일 둔주

 


 

2. 억울한 개망초의 하얀 아우성

 

이름 앞에 만 붙이면

개살구, 개복숭아, 개떡, 개망초......

그들은 하찮은 것으로 취급받고 만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만 이름보다 사랑받을 뿐이다.

하긴 못된 벼슬아치를 개나리라 부르기도 했었지.

 

개망초

나라 망하게 한다는 풀, 망초도 억울한데

거기다 개까지 붙여 개망초라니

 

구한말 개나리들의 무능과 욕망으로

나라 무너져 내릴 때 위기를 먼저 안 것은

산하에 뿌리 내린 이름 없는 저 풀꽃이었다.

풀꽃은  조국의 위기 알리려 봉홧불 올리듯

하얀 꽃 피워내 백성들에게 알렸지만,

오히려 나라 망하게 한 개망초라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나라 망하게 한 진짜 주범 벼슬아치들이

백성들 원망의 화살을 말없는 풀꽃에 돌리니

백성의 어리석음과 벼슬아치의 교활함이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으면 저리도 끈질기게

백성들의 삶터에 파고 들어 결백의 깃발 흔드는가.

 

사람 소리 사라진 칠월의 들녘은

개망초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하얗다.

     

 

3. 혁명의 촛불 개망초

 

푸르른 들판 암녹색으로 짙어지는 칠월이면


사람 귀한 들판의 언덕배기와

돌아올 사람 없는 빈집 터에도

그리고 뿌리 내릴 수 있는 산야 어느 곳이든

하찮은 이름의 개망초 흐드러지게 피워 낸다.

 

황금보다 노란 꽃술 둘러싼 가녀린 꽃잎들

세상 그 어느 유혹의 물감에도 오염되지 않을

하얀 순결의 색깔로 칠월의 산하를 눈처럼 장식한다.

 

과연 누가

혁명의 촛불처럼 무리 지어 피어내는 저 꽃을

하찮은 이름 개망초라 이름 불렀는가

과연 누가

돌보는 사람 없어도 곱게 피어낸 저 순백의 꽃을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개망초라 이름 불렀는가.

 

적폐로 얼룩진 세상, 작은 촛불 모여 바꾸었으나

혁명의 완성 대동 세상은 아직 멀기만 하

이제는 촛불혁명의 완성을 바라는 마음으로

저 개망초 이름 바꿔 소망초素望草라 부르리라.

 

2019년 7월 4일 둔주

  

사족 :

소망초素望草!

얼마나 이쁜가!

꽃만큼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