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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탄생

gureum 둔주 2020. 2. 17. 11:00

노래의 탄생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노래를 듣다가 가슴 한쪽이 무너져내린 경험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들을 때마다 번번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1991>이라는 제목의 앨범 수록곡으로 불혹을 눈앞에 둔 양희은이 쓰고,

26살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만들었다.

양희은이 단 하룻밤 만에 완성했다는 노랫말과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는 이병우의 기타 선율이 어우러져

뜨겁고도 처연한 사랑과 절망의 노래를 조율해냈다.

 

1987년 뉴욕으로 갔던 양희은이 ‘아침이슬’ 2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앨범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중인 이병우를 뉴욕으로 불러서

노래를 만들어 연습하고 딱 하루 만에 앨범 전 곡을 녹음했다,

그러나 정작 처음에는 장사 안되는 음악이라면서 제작자들이 외면했다.

이 노래가 유명해진 건 몇 년이 지난 뒤 드라마에 삽입되면서부터였다.

 

불혹의 양희은은 이 앨범에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목소리를 선보인다.

‘아침이슬’과 ‘한계령’을 거쳐 이 노래로 보컬리스트로서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는 듯한 창법으로 그 안에 뜨겁고도 처연한 사랑을 펼쳐 보인다.

양희은과 이병우는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네들의 슬픔을 거둬가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요즘같이 쓸쓸한 겨울 저녁이면 이 노래의 울림이 다른 계절보다 더 크다.


-경향신문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2020. 02. 18 아침 둔주 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