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 둔주 2020. 8. 24. 19:45

매미

- 한여름의 나른한 오후
더위 피해 당산나무 그늘에 누운 농부
매미 소리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고
매미 소리 따라 살금살금 다가간 사내아이
매미를 잡으려는 순간
매미는 가뭇없이 날아가 버리고 -

내 어린 시절
고향 마을 매미의 추억은
한여름의 고요한 평화였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밤낮없이 울어대는 저 매미 소리는
양철지붕 위로 쏟아지는 소낙비보다 시끄러워
시민들은 잠을 설치고,
소리 따라 살금살금 다가가는 아이는 없다.

도시 매미 소리가 저리 시끄러운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해, 도시의 소음보다
더 높게 소리 내야 하는 몸부림이니
이 또한 도시 인간의 업보인가!

7년을 어두운 땅속에서
허리 굽은 굼벵이로 살다가
7일의 생존을 위해 날개 돋은 매미
천적에게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귀청 찢어질 듯 울어대는 저 소리는
오직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암컷에게 바치는 절절한 세레나데
생명을 예찬하는 자연의 교향악이니
시끄럽다 잠 설치지 말고
고요히 들어주면 어떨까.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