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년학

gureum 둔주 2020. 10. 8. 08:05

 

 

천년학

대대로 남도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터
산, 들, 강, 바다 그 평범한 풍광이
숨 막히게 아름다운 비경으로 채워진 화면
천년학 한 쌍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윤무輪舞
심연을 뒤흔드는 오케스트라의 배경음악
영화 천년학의 무대이다

눈 잃은 송화의 심장을 찢을 듯한 판소리에
후지고 후진 뒷간에서 똥 싸고 나오던 동호는
사랑, 정, 회한에 젖어 뒷간을 못 나오고
객석의 나는 자리를 뜨지 못한다.
영화는 끝났지만….
*2015년 4월 24일 천년학을 보고 수첩에 쓴 메모

2020년 10월 7일 천년학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송화와 동호는 소리꾼 양아버지 밑에서 오누이처럼 자랍니다. 송화는 판소리를 하고, 동호는 북채를 쥔 고수입니다. 동호는 송화를 누나라 부르지만 속으로 사랑합니다.
동호는 사랑할 수 없는 괴로움에 집을 뛰쳐나가고,
양아버지는 송화에게 소리꾼의 한을 심어 주기 위해 눈을 멀게 합니다. (이 부분은 전편 서편제에 나옵니다). 송화가 눈을 잃었다는 소문을 먼빛으로 들은 동호는 송화를 여자로 사랑하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옵니다.

객주 집에서 눈 먼 송화의
한이 서린 판소리 가슴을 후비는데
동호는 뒷간에서 일 보고 나오다가
차마 나오지 못합니다.
천년학 비상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천년학은 사랑의 슬픈 서정시
남도의 한 서린 서사시입니다.

* 천년학의 배경 장흥 회진에 가면 메밀꽃이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환상적이랍니다.
원작자 이청준의 생가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가을 나들이 추천합니다.
2020. 10, 8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