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익조(比翼鳥)

gureum 둔주 2020. 10. 10. 09:05

비익조比翼鳥

천년학은
청잣빛 하늘에
짝을 지어 나는데
비익조는
오른쪽 날개만 활짝 펼친 채
청자 매병 주둥이 위에 앉아
왼쪽 날개의 짝을 꿈꾸고 있다

위암 투병 중인 최광주 씨
아침 일찍, 병원 뒤편 생명의 숲에서
'ㅏ'모양에 옹이 먹어 볼품없는
작은 소나무 가지 하나 주워 오더니
오전 내내 커터 칼로 깎고 다듬어
마침내 한 마리의 새를 탄생시켰다

새는 가는 목 길게 뻗고
오른쪽 날개 활짝 펴고 있어
마치 창공을 나는 모습이지만
막상 왼쪽 날개가 없다

새는
광주 씨에게
암을 이기는 힘이었고
병실의 환우들에게는
치유의 메시지였다

지금은 아파트 거실의
청자 매병 주둥이 위에 앉아
왼쪽 날개의 짝을 꿈꾸고 있다.

2020. 10 10 아침 둔주

-에필로그-
조카의 쾌유를 믿는다.
환우 광주 씨 사연은
해남신문 칼럼에 '남귤북지'제목으로 실렸고
졸저 '이슬은 사라지지 않았다'에
'입원실 추억' 제목의 수필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