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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죽이는 방법
gureum 둔주
2020. 10. 22. 10:28
한때 회자되던 퀴즈 중에 ‘바늘로 코끼리를 죽이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정답을 말하자면 이렇다. 첫째, 바늘로 코끼리를 한번 찌르고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 둘째,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바늘로 계속 찌른다. 셋째, 바늘을 들고 코끼리 옆에서 기다리다가 죽기 직전에 찌른다. 물론 썰렁한 농담이다. 때 지난 농담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우리가 가진 힘이 바늘만큼이나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져서다. 반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반생명적 힘들은 코끼리처럼 크고 위협적이다. 꿈, 소망, 원칙… 우리가 가진 이상들은 작은 바늘 같은데, 이것으로 ‘코끼리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히 유튜브 콘텐츠 하나를 보게 됐다.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의 부분 영상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가수들 몇이 둘러앉아 ‘음악가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멜론 차트 상위 순위를 얻기 위한 기술적 전략을 말하며, 특히 특수 시즌 등 시기를 잘 타서 음원을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아이유가 이런 말을 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는 본인의 감정과 선호도에 따라 음악을 듣고 만들고 발표하는데,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운 뮤지션의 선택”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반문했다. 그런 ‘선택의 자유’는 아이유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어디 음악만 그럴까. 실은 어느 분야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코끼리’로 상징되는 거대조직과 그 조직의 지배적인 운영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내 전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교육 분야’에서 획일적 거대함으로 위협하는 코끼리 같은 시스템에 대항하고 대안적 목소리를 내자고 말하지만 늘 조심스럽던 부분이다. ‘학생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다 다들 살아남지 못하면 어쩌나’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였기에, 질문을 받고 난 뒤 아이유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상황에서, 다들 굳어진 성공 법칙만 따르는 상황에서, 약간의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며칠 전 한 학회에서 만난 공생세균 연구전문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유산균이라는 좋은 세균은 슬프게도 장 내에서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단다. 경쟁력도 없어서 유해 세균과 싸워 이길 힘을 충분히 갖고 있지도 않단다. 그래도 우리가 유산균을 자꾸 먹어야 하는 이유는 유산균들이 ‘좋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란다. 그냥 힘없이 스러지는 것 같지만 건강한 기운과 영향력을 남기고 간단다. 그래서 장내 유익균들에게 힘을 준단다. 그 말에 ‘아하!’의 체험을 했다.
‘착하고 순하고 올곧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지냐’고 ‘그들은 왜 제도적 힘을 얻지 못하느냐’고 그동안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기만 했는데… ‘결국 우리는 작은 바늘을 놓지 말아야 하겠구나’ ‘끝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하겠구나’ ‘한 번 찌르고 기다리든, 죽을 때까지 찌르든, 죽기 직전에 찌르든, 우리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조종하고 제한하고 옥죄는 반생명적 시스템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저항해야겠구나’ ‘행여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선한 흔적을 남겨야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은 맏아들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이미 보여주신 길이다. 그러니 이미 승리하신 그분의 흔적에 힘입어 살아내자.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교수)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히 유튜브 콘텐츠 하나를 보게 됐다.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의 부분 영상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가수들 몇이 둘러앉아 ‘음악가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멜론 차트 상위 순위를 얻기 위한 기술적 전략을 말하며, 특히 특수 시즌 등 시기를 잘 타서 음원을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아이유가 이런 말을 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는 본인의 감정과 선호도에 따라 음악을 듣고 만들고 발표하는데,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운 뮤지션의 선택”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반문했다. 그런 ‘선택의 자유’는 아이유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어디 음악만 그럴까. 실은 어느 분야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코끼리’로 상징되는 거대조직과 그 조직의 지배적인 운영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내 전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교육 분야’에서 획일적 거대함으로 위협하는 코끼리 같은 시스템에 대항하고 대안적 목소리를 내자고 말하지만 늘 조심스럽던 부분이다. ‘학생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다 다들 살아남지 못하면 어쩌나’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였기에, 질문을 받고 난 뒤 아이유의 반응이 궁금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상황에서, 다들 굳어진 성공 법칙만 따르는 상황에서, 약간의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며칠 전 한 학회에서 만난 공생세균 연구전문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유산균이라는 좋은 세균은 슬프게도 장 내에서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단다. 경쟁력도 없어서 유해 세균과 싸워 이길 힘을 충분히 갖고 있지도 않단다. 그래도 우리가 유산균을 자꾸 먹어야 하는 이유는 유산균들이 ‘좋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란다. 그냥 힘없이 스러지는 것 같지만 건강한 기운과 영향력을 남기고 간단다. 그래서 장내 유익균들에게 힘을 준단다. 그 말에 ‘아하!’의 체험을 했다.
‘착하고 순하고 올곧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지냐’고 ‘그들은 왜 제도적 힘을 얻지 못하느냐’고 그동안 억울하고 분하고 슬프기만 했는데… ‘결국 우리는 작은 바늘을 놓지 말아야 하겠구나’ ‘끝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하겠구나’ ‘한 번 찌르고 기다리든, 죽을 때까지 찌르든, 죽기 직전에 찌르든, 우리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조종하고 제한하고 옥죄는 반생명적 시스템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저항해야겠구나’ ‘행여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선한 흔적을 남겨야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은 맏아들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이미 보여주신 길이다. 그러니 이미 승리하신 그분의 흔적에 힘입어 살아내자.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