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침묵의 소리
gureum 둔주
2021. 1. 14. 07:00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가졌는가?
그대 맘의 대문 은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버린 후,
맑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으면,
극진하신 임의 꿈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함석헌-
퀘이커교는 가시적 형태의 교회도, 성직자도, 예배와 전례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예배는 침묵으로 이루어져 있다. 긴 침묵 끝에 누군가 일어나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짧게 이야기하면 예배는 끝이 난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신의 ‘성스러운 빛’이 있으므로, 침묵의 집단적 공유 속에서 진리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퀘이커들은 침묵이야말로 이 진리를 듣게 하려는 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퀘이커주의자였던 함석헌 선생이 골방에서 듣고자 한 소리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선생에게 침묵의 골방은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리의 소리를 듣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문장은 언어보다 더 깊은 침묵의 소리.
웅변보다 더 큰 울림은 침묵의 소리.
202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