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풍금 1

내 마음의 풍금 1
같은 날
강원도 산골 국민학교로 발령받은
스물한 살의 총각 선생님 이병헌
스물다섯 살의 처녀 선생님 이미연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병헌이
교육이론과 교육현장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갈등할 때
이미연은
장학사가 온다고 대청소를 하는 등 부산한데도
자기 반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자신의 교육신념을 흔들림 없이 지킨다.
이병헌과 이미연은 서로
음악을 좋아한다는 정서적 공감으로
함께 풍금 앞에 앉아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고
소장하고 있는 lp음반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를 본 아이들이 회장실 벽에
둘이 연애한다고 낙서를 하자
이병헌은 미연의 눈치를 살피는데, 미연은
소문은 금방 사라진다며 개의치 않는다.
이병헌은 날밤을 지새우며
썼다가 구겨버리기를 반복하면서
사랑의 고백 편지를 쓴다.
다음 날
말끔히 정장을 하고
밤새워 쓴 사랑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는 이병헌
아, 그러나 이미연은
정혼자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어
사표를 냈다는 것이 아닌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던 이미연
복도를 지나는 병헌을 보고 나가지만
이미 저만큼 가버린 이병헌
전하지 못한 편지 구겨 움켜쥔 뒷모습만 쓸쓸하다.
미연 떠나 멍든 가슴
술로 채운 병헌
비틀거리며 하숙방으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진 채 흐느끼는데
‘I went to your wedding’ 슬픔처럼 흐른다.
이미연 선생님의 떠남을
제일 기뻐한 이는
이병헌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제자
사춘기 소녀 전도연이다.
결국 이병헌도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나 서울로 돌아간다.
세월이 흐른 후
lp음반의 선율이 흐르는 거실에서
우아한 여인 전도연이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영화는 끝나고
잔잔한 여운은 가슴에 젖는다.
2021.7 둔주
패티 페이지의 I went to your wedding을 들으면, 중학생 때 교회에서 풍금 반주에 맞춰 이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떠오른다. 음악은 사연을 담은 추억의 시간으로 되돌리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