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식물 2, 소사
나의 반려식물 2, 소사
1990년 봄, 존경하는 선배를 따라
해남 금강골로 분재용 소사를 캐러 갔다.
필요한 장비는 물론 점심 준비까지
선배가 다 하고 나는 몸만 따라갔다.
선배는 난, 분재 등 식물을 잘 기르는 전문가
나는 보는 건 즐겨도 기르지는 못한 문외한
그런 내가 소사 캐러 금강골에 간 것은
소사보다 선배가 좋아서였다.
1994년, 새아파트로 이사했다고
선배가 소사 분재를 선물로 가져오셨다.
금강골에서 뽑아온 그 소사였다.
앙당한 그루터기에 불과했던 그 소사가
우아한 자태 뽐내는 예술품으로 재 탄생됐다.
선배의 정성과 노하우가 낳은 결과였다.
2020년 여름이 한창인 때
그동안 무탈했던 소사가 갑자기 시들어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타까웠으나
차마 선배께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선배의 큰 아픔에 위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화분의 소사를
베란다 화단에 옮겨 심었다.
화분에 꽉 찬 뿌리가 썩고 있었다.
나는 때 되면 물 주며
소사의 소생을 간절히 빌었다.
다행히 잎은 더 이상 시들지 않았다.
그러나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새순이 돋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가을 가고, 겨울 지나 봄이 왔다.
개나리는 꽃피우고, 실버들은 싹 틔우는데
소사는 새순 돋을 기미 보이지 않았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날들이 가고
들판이 연두색으로 물든 깊은 봄 되어서야
소사의 실가지에 여린 싹 보이기 시작했다.
야! 소사는 살아있었다.
식물에 따라 꽃피는 시기가 다르듯
식물마다 싹 트는 때가 달랐던 것이다.
소사는 때가 되니 새싹을 틔운 것이다.
소사는 어느새
무성한 잎으로 단장하였다.
아, 그러나 작은 곁가지 하나
끝내 새잎 돋아내지 못하였다.
나는
차마
잘라내지 못하였다.
2020. 7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