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 둔주 2021. 10. 22. 11:02
구절초꽃 /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넘어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 덧붙이기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구절초꽃들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강가 논둑에서 강물 속에 그림자를 빠뜨린 구절초꽃, 그렇게 제 마음은 강물처럼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