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야의 종
gureum 둔주
2022. 2. 27. 10:37


종 1
높은 하늘 가까이 있는 교회의 종은
둥근 테를 줄로 당겨서 테와 연결된 종을
시계의 추처럼 흔들리게 하면
종 안에 달린 쇠뭉치가 종의 내부를 친다.
소리는 종 안에서 밖으로 퍼져
소낙비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낮은 땅 가까이 있는 사찰의 종은
종루에 연결된 육중한 당목을 뒤로 당겨
종의 당좌(撞座)를 치면, 소리는 종 안에서
울림을 일으키면서 낮은 세상으로 퍼진다.
마치 비 오는 날 초저녁, 가난한 초가지붕 아래
키 작은 굴뚝의 연기가 땅 위로 번지는 듯하다.
교회의 종소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의 소리, 신의 소리
사찰의 종소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심연의 소리, 내면의 소리
종 2
땡~땡 교회종소리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리
긴 빛의 꼬리 달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똥별
교회종 소리는 빛이다.
우~웅 범종소리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소리
흙에서 나와 흙으로 가는
중생의 아픔을 위로하는
우주의 숨소리
범종 소리는 울음이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