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 둔주 2022. 9. 25. 17:55

 


물레


물렁물렁 따끈따끈
노오란 고구마
새콤달콤 동치미 국물
후루룩 마시던 그 겨울

사랑방에 빙 둘러
물레 돌리던 어머니들
무삼 일로 그리 많은 한이 맺혔던고

한 줄기 가는 실이
타래가 될 때까지
토해내던 가슴의 소리
나는 들었노라

못 이룬 꿈들을 가슴에 묻고
먼저 보낸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평생 인종의 미덕으로 살아온
우리네 가엾은 어머니들

사랑한다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하시고
그 먼 나라에서
오늘도 물레를 돌리시나요.
ㅡ 김춘행 ㅡ


덧붙임
1972년
이화여대 이어령 교수의 산문집
'저 물레에 운명의 실'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물레'는
어머니의 한 많은 삶과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상징합니다.

물레를 소재로
우리네 어머니의 삶을
시로 엮어낸 시인 김춘행과
수필로 풀어쓴 이어령 교수
두 사람의  정서는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