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옛이야기

gureum 둔주 2022. 12. 24. 18:02


옛이야기


문맹의 시절. 아이들은
긴 겨울밤 화롯불에 둘러앉아
할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꿈을 키웠다.

디지털 시대,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나 홀로 게임 즐기면서
우주여행을 꿈꾸고, 폭력을 배운다.

나 어릴 적 들었던 옛이야기들
이제는 들어줄 아이가 없으니
내 손주 윤슬이 글을 익힐 때 되면
읽어보길 바라며, 옛이야기 써본다.

‘세돌이 쩍꿍’, ‘한 번에 일곱 마리 잡는 사나이’
'한일자로다’  ‘일장춘몽’ ‘대나무 전설’ 등
윤슬을 위하여 써본 옛이야기들이다.


제목 : 세돌이 쩍꿍

옛날 어느 마을에 철수와 영철이란 친구가 살았다.
철수는 마을에서 제일 부잣집 아들이고, 영철이는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 집 아들이다. 둘은 엄청나게 친했다.
철수는 집에 맛있는 것 있으면 곧잘 영철에게 가져다준다. 그러나 철수는 그 정도로 영철을 돕는 것이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영철이가 배곯지 않고 나랑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몇 날을 고민한 철수, 드디어 묘안이 떠올랐다.

철수는 부모님이 집 비울 때를 기다렸다.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건너 마을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집을 나가셨다.
철수는 안방에 들어가 장롱 문을 열고 깊숙이 감춰진 황금두꺼비가 들어있는 함을 들고 나왔다.
저녁나절쯤 집에 오신 아버지와 어머니, 황금두꺼비가 없어진 사실을 모르는 듯 조용했다.
며칠이 지났다. 장롱 문을 여신 어머니 황금두꺼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머슴들을 불러 닦달하고, 철수를 불러 조져도 도무지 언제 누가 한 짓인지 알 수가 없다. 철수 부모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 하는 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문답 같은 말만 늘어놓으니 더욱 답답하다.
서당에서 돌아온 철수가 부모님께 넌지시 말을 건넨다.
“아부지, 내 친구 영철이 알지라우?”
“으응, 저 가난뱅이 집 아들 말이냐?”
“예, 그 영철이가 콩점을 잘 쳐요.”
건성으로 흘려듣는 아버지 앞에서 철수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계속한다.
“서당에서도 친구들 잃어버린 물건 콩점으로 찾아줬어요. 그랑께 영철이 데려다가 콩점 한번 쳐보라고 할까요?”
“에끼, 그 어린 것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철수에게 영철이를 데리고 오라고 이른다.
‘앗싸, 됐다아’
속으로 쾌재를 부른 철수, 영철에게 달려간다.
“영철아, 우리 아부지가 너를 좀 보자고 항께, 우리 집에 가자.”
철수는 어리둥절한 영철에게 이어서 말한다.
“우리 집 보물 금두꺼비를 잃어버렸는데 아부지가 너한테 콩점을 쳐보라고 하실 것이다.”
“뭐야, 내가 머언 콩점을 친다고야 나 그런 것 못해야.”
“그랑께 너는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단 말이야.”
철수는 영철에게 아버지 앞에서 해야 할 말과 행동들을 속닥속닥 말한다.
처음에는 펄펄 뛰며 못한다던 영철도 철수의 거듭된 요구에 그렇게 하기로 수긍한다.
영철은 철수의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머릿속에 저장한다.

철수가 영철이를 아버지 앞으로 데리고 가 인사시킨다.
꾸벅 절하는 영철에게 철수 아버지는 다급하게 말한다.
“니가 영철이구나, 영철아 우리 집 보물 금두꺼비 어디 있는지 콩점 한 번 쳐주라.”
“예, 지가 한번 해보겠구만이라우.”
영철이는 철수 아버지에게 금두꺼비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자초지종 묻는다.
그리고 금두꺼비의 모양도 자세하게 물어본 다음, 두 눈을 감고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주문을 외운다. 한참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다 눈을 뜬 다음 왼 손바닥에 침을 탁 뱉더니 오른 손바닥으로 왼 손바닥을 ‘딱’하고 친다. 손바닥의 침이 튄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콩점인 것이다. 영철이가 철수 아버지에게 말한다.

“저어, 혹시 샘배미 논 있으신가요?”
“으응, 있다. 저기 대생이들에 가뭄에도 끄덕없는 샘배미 논이 있다.”
“그래요, 그러면 그 샘을 한 번 퍼 보실라요. 거기에 금두꺼비가 있는 거 같은디요.”
철수 아버지는 머슴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샘배미 논으로 가 샘물을 퍼낸다.
물을 다 퍼내니 샘 바닥에 금두꺼비를 넣은 상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철수 아버지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영철이를 껴안는다.

다음 날 아침 철수는 아버지에게 영철이랑 한방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철수 아버지 쾌히 승낙하신다. 이날부터 영철이는 철수네 집에서 철수랑 살게 된다. 서당에도 같이 다닌다.

영철이의 콩점 소문이 동네에 퍼지고 고을로 번진다.
이 소문을 들은 한 남자가 철수네 집으로 와 철수 아버지를 조용히 만난다.
사내는 궁궐에서 임금님의 명을 받고 온 사람이다. 궁궐에 중요한 물건을 도둑맞았는데, 이 비밀이 새 나가면 임금님이 아주 곤란하게 되었다. 그래서 은밀히 도둑을 잡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줄 인물을 찾아 나선 것 이다. 그러다 영철이 소문을 듣고, 영철이를 궁궐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철수 아버지는 당연히 그렇게 하시라고 하였다. 그러나 영철은 겁이 나 못 간다고 한다. 궁궐에서 온 사내는 임금의 명이니 거역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사내는 영철과도 같이 가면 안 되니 하루 뒤 서울로 오라 이르고 철수 집을 떠났다. 겁 많은 영철을 철수가 달래며 같이 가자고 한다.

이리하여 철수와 영철은 임금님이 있는 서울로 떠난다.
철수와 영철은 어머니가 해주신 떡과 과일 등 음식을 싼 괴나리봇짐을 어깨에 메고 서울로 간다.
가다가 배가 고프면 괴나리봇짐을 풀어 떡과 음식을 먹으면서 갔다. 겁 많은 영철이 철수를 원망한다.
“괜히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어. 나는 무섭고 겁난다.”
철수는 영철을 달래며 씩씩하게 말한다.
“에이, 영철아 걱정은 그때 하자. 서울 구경에 궁궐 구경도 하고, 우리는 출세한 거야, 인마.”
철수는 영철을 달랜다. 두 소년의 소리에 놀란 새 두 마리가 수풀에서 날아올라 하늘을 날아간다.
한 마리가 ‘세돌이’하고 울면 뒤 따르는 새가 ‘쩍꿍’하고 울면서 날아가는 것이다.
아마 철수와 영철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는 모양이다. 철수가 말한다.
“영철아 저 새들도 우리처럼 친한 친구인 모양이다. 우리도 저렇게 노래 부르면서 가자”
“아는 노래도 없는디야”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세돌이 하면 니가 쩍꿍해라.”
“그래 좋아”
철수가 세돌이 하면 영철이 쩍꿍한다.
세돌이 쩍꿍, 세돌이 쩍꿍, 세돌이 쩍꿍..... 계속하니 재미있다.
노래 부르면서 가니 피곤도 사라지고 무서움도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두 소년은 서울의 궁궐에 도착했다.

궁궐 앞에서 기다리던 사내를 따라 궁으로 들어간 두 소년은 임금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린다.
임금은 두 소년의 손을 잡으며, 명한다. 임금님이 쓰는 옥새를 도둑맞았는데, 3일 안에 그 행방을 알아내라는 것이다. 임금 앞에서 물러난 두 소년은 사내는 안내해준 방으로 간다.
철수와 영철은 비단금침의 좋은 방에서 진수성찬의 음식을 대접받으며 보낸다. 시간은 흐르지만 두 소년이 사라진 옥쇄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드디어 3일 째 되는 밤이 되었다. 날만 새면 둘은 임금 앞에 나가 옥쇄의 행방을 말해야 한다. 영철은 무서워 울고 철수도 무서웠다. 그러나 철수는 우는 영철을 달랜다.
“영철아, 우리 그 노래나 부르자.”
철수가 ‘세돌이’ 한다. 영철도 ‘쩍꿍’ 따라한다. 세돌이 쩍꿍, 세돌이 쩍꿍 노래를 반복하다 보니 겁은 사라지고 흥이 난다. 이때 우우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영철이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
“철수야, 저 소리가 뭐냐?”
“으응 저건 문풍지가 떠는소리야”
영철네 오두막집은 창호지 문도 없어서 바람 부면 떠는 문풍지가 뭔지도 몰랐던 것이다.
이때 갑자기 문 밖에서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철수가 문을 여니 문 앞에 웬 사내가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그 사내는 옥새를 훔친 도둑의 두목이었다. 도둑 두목은 두 소년이 옥새를 찾으러 온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겁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3일 째 되는 날밤 몰래 두 소년이 있는 방 마루 밑으로 숨어 들었던 것이다. 소년들이 잠들면 들어와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방에서 들리는 세돌이 쩍꿍 소리에 두목은 깜짝 놀랐다. 세돌이와 쩍꿍은 바로 두목의 두 부하 이름이었던 것이다. 너무 신통한 두 소년의 콩점에 두목은 벌벌 떨었다. 바로 그때 영철이가 무슨 소리냐고 묻고 철수가 문풍지가 떨고 있다지 않는가. 두목의 이름은 바로 문풍지였던 것이다.
앞뒤 사정을 재빨리 눈치챈 철수가 엎드려 떨고 있는 두목에게 말한다.
“우리는 당신이 옥새를 어디에 숨겼는지도 알고 있소. 지금 당장 우리가 소리 지르면 당신은 죽고 우리는 옥새를 찾을 것이오.”
“아이고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좋소, 당신을 살려줄 것이니 지금 당장 그 옥새를 내가 말하는 장소에 갖다 놓으시오. 만약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 임금님께 당신과 당신의 부하 이름을 말하겠소”
도둑 두목은 그렇게 하겠다하고 사라졌다.

날이 밝았다.
철수와 영철은 임금님 앞에 불려 나가, 남산 꼭대기 제일 큰 소나무 아래를 파보시라고 고한다. 임금은 사내에게 당장 남산으로 가라고 명한다. 임금의 명을 받은 사내가 부하들을 이끌고 남산으로 갔다. 꼭대기로 올라가 제일 큰 소나무를 찾아 그 밑을 파 본다. 아, 정말로 옥새가 있는 것이다.
크게 기뻐한 임금님은 두 소년을 치하하면서 옥새를 훔친 도둑이 누구냐고 묻는다. 그러나 소년들은 콩점은 물건이 있는 장소만 맞추지 도둑이 누군지 까지는 알 수 없다고 능청을 떤다. 도둑들은 무사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임금에게 큰 상을 하사 받고 고향으로 내려온 철수와 영철은 잘 먹고 잘 살았다.
이후로는 절대 콩점은 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