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 둔주 2023. 6. 27. 11:17

수국의 계절이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pH)에 따라 꽃 색깔이 바뀐다. 토양이 산성에 가까우면 파란색,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분홍색, 중성 토양에서는 흰색 꽃이 핀다.

일본 나가사키시는 시화(市花)가 수국이다. 여기에는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전해진다. 200여 년 전  일본은 나가사키 해안에 작은 인공섬 데지마를 만들고 외국인 전용 거주지로 사용했다. 이 섬에 독일 출신 지볼트라는 군의관이 살았는데 식물학자이기도 하여 일본의 수많은 식물을 연구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일본에 표류한 조선인과의 면담과 일본 자료를 참고해 <조선견문기>를 쓰기도 했다.
우리나라 소나무와 잣나무에 학명을 붙인 사람도 지볼트다.

그는 일본인 환자의 딸, 구스모토 오타기와 사랑에 빠져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절절했던지 그는 <일본식물지>(1834)에 그녀 이름을 따 수국 학명을 히드랑게아 마크로필라 ‘오타사’라 명명했다.

수국은 암술 수술이 없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번식을 위해서는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수국과는 달리 둘 사이에는 구스모토 이네라는 딸이 태어났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이네는 일본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되었다.
평생토록 변치 않을 것 같던 그들의 사랑도 찢어졌으니 지볼트가 독일로 돌아간 뒤 새로운 사랑을 찾아 정착했기 때문이다.

수국의 꽃말 중에는 ‘진심’과 ‘변덕’도 있으니, 이래저래 지볼트를 위한 꽃이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의 글을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