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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gureum 둔주
2024. 1. 19. 12:14
다산이 아들에게 쓴 편지
아래 글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마재의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폐족 중에 이따금 기재(奇才)가 많은 까닭을 아느냐. 다른 게 없다. 이들은 과거 시험 같은 데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는 곤궁한 사람이 하는 법이다. 아비가 한나라 때 마융과 정현 같은 대학자의 주장을 검토해 보니, 도처에 오류투성이었다. 그들은 공부하랴 술 마시랴 마음이 나뉘어 이 아비처럼 전일하게 학문에 몰두하지 않았다. 너희도 명심해라. 공부는 너희 같은 폐족이 하는 것이다-
만약 다산에게 유배생활의 시련이 없었다면, 그의 위대한 학문의 성취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덧 은퇴한 지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의 일상은 자유였다.
출근할 일도 없고, 보고서 쓸 일도 없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공부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책 읽고, 보고 싶은 영화 보고, 쓰고 싶은 글 쓰고, 하고 싶은 운동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난 10년 읽은 책과 쓴 글들이 제법 된다.
늙은 탓에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읽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은 나를 흥분시켰다.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평생 갈등해 온 종교도 드디어 정리했다. -종교란 믿는 이에게는 진리이고, 믿지 않는 이에게는 망상이며, 권력자에게는 유용한 통치도구다.- 유시민이 쓴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는 명쾌했다.
은퇴 후 나의 십 년은
다산처럼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남은 삶도 기대가 된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