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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떻게 오는가

gureum 둔주 2024. 3. 31. 11:18

봄은 어떻게 오는가

내 고향 둔주포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
한여름이면 동네 아이들
냇가 모래밭에 옷 벗어놓고
알몸으로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
물장구치며 놀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바다 밀물이 차올라
모래밭에 벗어 둔 옷들이 물에 젖기 때문에
아이들은 밀물 때를 알기 위해
냇물을 가로지른 다리 위에서
마른 모래 한 줌 쥐어 물에 던졌다.
모래알이 물결에 떠밀려 가라앉지 않고
거슬러 오르면서 가라앉으면 밀물이다.
민물보다 무거운 바닷물이
찰랑대며 흘러내리는 민물 아래서
묵묵히 모래를 밀며 올라오기 때문이다.

봄이다.
봄은
변덕 심해 꽃샘추위 몰고 오는
대기의 흐름을 타고 오지 않는다.
생명을 재우고 생명을 깨우는
생명의 어머니 대지의 기운으로 온다.
찰랑대며 흘러내리는 민물 아래서
묵묵히 거슬러 차 오르는 바다의 밀물처럼
봄은 그렇게 온다.

2024. 3.  
둔주

남쪽 바닷가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