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reum 둔주 2024. 10. 19. 16:43

금목서 1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아는 꽃
짙은 향기 따라
눈길 옮겨야 비로소 보이는 꽃

볼품없는
작은 꽃으로 피어나
사랑받지 못한 아픔을
향기로 승화시킨 꽃

장미보다 아름다운 꽃도
그 빛을 잃어 어둠에 묻히는 밤
침묵이 깊을수록 향기는 짙어져
지친 심신에 편안한 잠을 주는 꽃

금목서 2

성진리 동서 집
사립문 열고 들어서면
아내 닮은 처형
버선발로 반겼다

금목서 피어나는 가을
성진리 동서 집에 가면
금목서 짙은 향내
처형보다 먼저
닫힌 사립문 넘어와 반겼다

처형
하늘나라로 떠나신
그해 가을
그 짙었던 금목서 향내
담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시들시들 힘을 잃더니
마침내 메말라 죽어 가
결국 베어지고 말았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