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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두 재판

gureum 둔주 2025. 5. 6. 15:51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두 재판

헨리폰다가 주연으로 출연한 흑백 화면의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한 소년에 대한 살인 혐의를 두고 벌어지는 배심원단의 치열한 논쟁을 다룬다. 처음 평결은 유죄 11명, 무죄 1명. 그러나 한 배심원의 신중한 의심이 시작이 되어, 감정과 편견을 걷어낸 끝에 결국 만장일치 무죄에 이른다. 이 영화는 다수의 확신보다 한 사람의 양심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선으로 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재명 대표 대법 판결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시간이 걸렸지만, 재판관들이 신중한 논의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결과다. 이는 영화 속 배심원들이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의에 도달한 모습과 닮아 있다. 헌정질서와 국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원칙적인 판결이었다.

반면 대법원은 이재명 대표의 2심 무죄를 뒤집고, 10대 2의 다수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다. 그 과정은 유례없이 빨랐고, 핵심 쟁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결론만 내린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를 정치적으로 제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쪽은 정의를 위한 숙의와 만장일치였고, 다른 쪽은 속전속결의 정치적 판단으로 비춰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바로 영화 속 그 ‘성난 사람’처럼, 성급한 판단을 의심하고 끝까지 묻는 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