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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 이야기

gureum 둔주 2025. 5. 10. 15:45

산벚꽃 이야기

산골 마을 어귀에
아름드리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봄이 오면
흐드러지게 피운 꽃잎들이
눈꽃처럼 휘날리는 꽃그늘 아래
조무래기 아이들 웃음 잔치 벌였습니다
봄이 가고
꽃이 진 자리에
버찌 까맣게 익으면
산새들 날아와
재잘재잘 먹방 잔치 열었지요.

버찌 속의 작은 씨앗 하나
새똥에 섞이어 숲 속으로 떨어지더니
이슬 머금고 햇살이 머물자
땅을 밀어 올려 싹을 틔웠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자리에
벚나무 한 그루 서고
봄이면 또다시 꽃이 피어났습니다.

삶은 그렇게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웃음에서 시작해,
날갯짓을 따라 흙으로 돌아가고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조용하고 깊은 순환으로.

2025.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