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이 피기까지
소쩍새 울음은 커녕
자동차 소음만 시끄러운
도시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슬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서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눈비 한번 맛보지 못한 채
소독내 풍기는 수돗물 세례만
십 수년 받아왔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때 되면 꽃 피우는 너
풍란, 피고 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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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녹색 잎 사이로
연두색 꽃대 오르던 날부터
나의 하루는
너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날은
2019년 4월 10일 수요일이었다
뱃속 아이
초음파사진에 담는 산모의 마음으로
나는 너를 스마트폰으로 찍을 뿐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너를 위한다는 짓들이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하늘의 새를
새장에 가두는 어리석음과 같기 때문이다
꽃대에 맺힌 녹두알만한 꽃망울
그 커가는 변화, 더디어 가늠 못하다
한 달이 지나면서 어느새
큰 애기 젖꼭지처럼 부풀어 올랐다
산고의 시간 40일 째 아침
드디어 너의 신비한 아름다움, 꽃피웠다
고고한 향기 실안개처럼 코끝에 스민다
이날은
2019년 5월 20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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