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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gureum 둔주 2019. 5. 7. 20:47


 

 

 

 

 

풍란이 피기까지

 

소쩍새 울음은 커녕

자동차 소음만 시끄러운

도시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슬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서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눈비 한번 맛보지 못한 채

소독내 풍기는 수돗물 세례만

십 수년 받아왔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때 되면 꽃 피우는 너

 

 

 

 

풍란, 피고 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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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녹색 잎 사이로

연두색 꽃대 오르던 날부터

나의 하루는

너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날은

2019년 4월 10일 수요일이었다

 

뱃속 아이

초음파사진에 담는 산모의 마음으로

나는 너를 스마트폰으로 찍을 뿐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너를 위한다는 짓들이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하늘의 새를

새장에 가두는 어리석음과 같기 때문이다

 

꽃대에 맺힌 녹두알만한 꽃망울

그 커가는 변화, 더디어 가늠 못하다

한 달이 지나면서 어느새

큰 애기 젖꼭지처럼 부풀어 올랐다

 

산고의 시간 40일 째 아침

드디어 너의 신비한 아름다움, 꽃피웠다

고고한 향기 실안개처럼 코끝에 스민다

 

이날은

2019년 5월 20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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