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해코지
1963년쯤으로 기억된다.
가을이 시작되는 늦여름 밤이었다.
김인호 목사님이 아버지를 찾으신다.
“소장님, 동네 샘 주변으로 밤만 되면 돌덩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니 한 번 가보십시다.”
“에이, 누군가 장난질 하는 모양이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귀신 짓이라고 하네요.”
아버지는 손전등을 들고 목사님과 대문을 나선다. 호기심 많은 나도 뒤 따라 간다.
샘에 도착했다.
샘의 동쪽은 동네 집들이 있고, 서쪽으로는 도랑물길 옆으로 논이다. 남쪽은 낮은 습지 미나리밭 건너 우람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밤하늘 별들을 가린다. 북쪽은 길을 경계로 논과 집들이 있다. 누군가 장난으로 돌을 던진다면 플라타너스나무나 집 담장의 무화과나무일 거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아버지께서 도랑을 건너 샘 시멘트 바닥으로 가시더니 주변의 무화과나무와 플라타너스나무위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불빛만 무성한 이파리들을 비출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플라타너스 가지를 흔들어 본다. 아무 이상이 없다. 아버지가 샘에서 도랑을 건너 논길로 올라서신다. 그리고 몇 초 후 갑자기 우두둑 소리와 함께 샘의 시멘트 바닥으로 주먹만 한 돌들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혼비백산했다. 아버지와 목사님은 태연하신 척 하신다. 결국 아버지와 목사님은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로도 밤이면 돌이 떨어져 샘 가까운 집 사람들은 밤에 밖을 나오지 못했다.
마을에서 샘 주변에 금줄을 치고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냈다. 그 후로 그런 현상은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밤에 샘 옆길을 지날 때면 무서워 다리가 떨렸다.
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 마을 사람들은 도르매 공동묘지 돌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사연은 이렇다.
병천 선배 집 셋방살이 부부가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해 정신없이 바쁜 모내기철일 때 일이다.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결코 과장된 속담이 아니었다. 그 부부도 새벽별 보고 집에서 나오면 해진 뒤 밤의 별보고 집으로 들어온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마을사람들은 바빴다.
부부에게는 열 살 정도의 딸과 젖먹이 아이가 있었다. 어린 딸은 종일 아이를 보다가 젖먹일 때 쯤 되면 일하는 엄마에게 가 젖을 물리고, 못밥을 얻어먹는다. 아이 젖 먹이고 못밥 얻어먹으면 다시 아이를 업고 집에서 종일 엄마아빠를 기다린다. 딸아이는 어린 동생을 업고 동내 샘으로 나갔다. 아이는 샘 주변을 돌며 논다. 꼽발로 샘물을 들여다본다. 샘물에는 자기 얼굴이 보인다. 딸아이는 재미있어 더 폴짝폴짝 뛰며 물속에 비친 자기 얼굴 본다. 그러다 그만 아이와 함께 샘으로 빠지고 말았다. 다행이 길 건너 모를 심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뛰어와 두 아이의 생명은 건졌으나 마을 사람들은 샘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부부는 고단한 몸 쉴 틈도 없이 샘으로가 샘물을 퍼 올린다. 물을 다 퍼 올린 다음 남편은 더듬더듬 샘으로 들어가 청소를 한다. 샘 바닥을 다 청소한 다음 샘에서 나오는데 쉽지가 않다. 돌을 쌓은 축대에 발들 딛고 올라오다 그만 축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남편은 떨어진 돌에 어깨를 다쳤다. 뒤늦게 나온 마을 사람들 남편을 꺼냈으나 축대가 무너져 결국 울력으로 샘의 축대를 다시 쌓고 보수했다. 이 때 부족한 돌을 도르매 공동묘지에서 가져다 축대를 쌓았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귀신이 해코지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말이라면? 부부가 샘을 청소할 때 마을 사람들 모두 나 몰라라 해서 귀신이 노한 것일까? 이런 생각은 해본다.
이 사건을 책이나 드라마에서 봤다면 웃고 말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직접 목격한 사건이다. 정말 불가사의다.
사람들은 인간의 지혜로 해결 못한 일들은 신에게 밀어버린다.
신이라는 편리한 존재가 있어 인간의 고민은 줄어든다? 아리송하다.
2019.4.4 둔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