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남편 “어이, 꿀 어디 있어?”
부인 “거기 밥통 옆에”
남편 “왜 여기다 뒀어?”
부인 “여름이라 밥통 밖에 둬서요.”
남편 “잘 했네.”
남편은 언제나 부인이 한 일
잘했다고 칭찬한다.
“그것도 못하요?”
“그것 쫴끔 하고 벌써 그만 두요?”
“불좀 끄란 말이요.”
남편을 향한 부인의 말끝이다.
부인의 지천에 이골이 난
남편은 무사태평에 빠지고
남편의 칭찬에 무감각해진
부인은 고래의 춤을 잃고 말았다.
부인의 무감각 되살리기 위해서
남편은 칭찬을 줄여야 했었다.
남편의 무사태평 고치기 위해서
부인의 지천구리 없애야 했었다.
백년해로부부
부부는 속된 말로 궁합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
열 중 아홉이 안 맞을 정도다.
성격이 다르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아니었다.
아내는 남편을 “소심해 답답하다”고 했고,
남편은 아내를 “정서가 메마르다”고 했다.
아내는 고집만 내세우는 남편이 너무 얄미웠다.
남편은 이것저것 시시콜콜 간섭하는 아내가 서운했다.
이렇게 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 싸움을 했다.
그렇게 살다 부부는 늙어갔다.
어느 날
남편은 우연히 화장실에서 아내가 머리 염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흰 머리 난 지는 오래 되었겠지만,
남편은 그날에서야 아내의 흰머리를 유심히 본 것이다.
손이 안 닿는 데를 염색하느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짠했다.
남편은 잘해준 것도 없는데,
아등바등 살다가 어느새 늙었다는 생각에 아내가 안쓰러웠다.
그날 이후 남편은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있으면 참게 되고,
그러니까 아내도 목소리가 작아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 부부 싸움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 까맣던 머리가 하얗게 된 걸 보면
그 모습이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서로를 고생시키면서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든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부부가 서로에게 갖는 마음이다.
이것이 바로 부부이다.
둔주 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