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울 나비

gureum 둔주 2019. 11. 16. 10:12

겨울 나비

 

무등산 머리에 첫눈 하얗던 날

광주천의 녹슬어 버린 풀밭에

힘없이 날개 편 하얀 나비 한 마리

  

꽃 한 송이 없는 썰렁한 풀밭에

힘 잃은 하얀 나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살금살금 다가가니, 놀란 나비는 날아올라

추운 겨울의 하늘로 날갯짓하다가 

금방 떨어질 듯 힘없이 나풀거린다

 

, 애처롭지만

나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나에게는 없구나

 

겨울에 태어난 나비의 슬픈 운명

자연생태계의 순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안쓰러운 마음 뒤로 한 채

나는 멀리 무등산 머리의 하얀 눈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2019. 11.14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