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비
무등산 머리에 첫눈 하얗던 날
광주천의 녹슬어 버린 풀밭에
힘없이 날개 편 하얀 나비 한 마리
꽃 한 송이 없는 썰렁한 풀밭에
힘 잃은 하얀 나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살금살금 다가가니, 놀란 나비는 날아올라
추운 겨울의 하늘로 날갯짓하다가
금방 떨어질 듯 힘없이 나풀거린다
아, 애처롭지만
나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나에게는 없구나
겨울에 태어난 나비의 슬픈 운명
자연생태계의 순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안쓰러운 마음 뒤로 한 채
나는 멀리 무등산 머리의 하얀 눈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2019. 11.14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