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낙조대에서
망망대해 장엄한 동해의 일출이
희망 품은 젊은이가 맞아야 할 태양이라면
관매도 붉게 물들이는
세방낙조대의 처연한 일몰은
추억 많은 늙은이가 바라봐야 할 석양이다
하늘과 바다와 관매도가 붉은 석양빛으로
슬프게 물들어간다는 낙조를 보기 위해
해질녘 세방낙조대에 갔지만
그곳은 검은 구름 몰려오는 회색빛 하늘 아래
옷깃 여미기도 힘든 폭풍의 언덕이었다
환상의 낙조는 볼 수 없고
밀려오는 파도만 바위에 부서지며
고래의 포말로 피어올라
하얗게 소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