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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이야기

gureum 둔주 2020. 4. 4. 07:12

토끼와 호랑이

 

  눈이 하얗게 쌓인 추운 겨울이었어요. 먹이를 찾아 굴에서 나온 토끼는 그만 호랑이에게 잡히고 말았어요. 며칠을 굶은 호랑이, 토끼를 한입에 삼키려는 순간 토끼가 다급하게 말했어요.

호랑이님, 잠깐만요.”

아이참, 왜 그러는데~~”

호랑이님, 지금 저 하나 잡아먹는다고 배가 부른 것도 아니잖아요.”

하긴 너 같은 꼬맹이 먹어봐야 간에 기별도 안 갈 거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저를 살려주시면 저보다 맛있는 고기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귀가 솔깃해진 호랑이 만약 거짓말 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이라 겁주면서, 토끼에게 맛있는 고기가 어디 있냐고 말했어요. 토끼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어요.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가고,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따라갔어요.

 

  토끼와 호랑이가 눈 쌓인 산을 한참 내려와 마침내 도착한 곳은 골짜기의 큰 웅덩이였어요. 웅덩이는 얼어있었어요.

호랑이님, 여기에요.”

여기에 무슨 맛있는 고기가 있단 말이냐?”

잔뜩 기대하고 따라왔다가 화가 난 호랑이 금방이라도 토끼를 잡아먹을 듯했어요.

이 웅덩이 속에 송어, 쏘가리 같은 맛있는 물고기가 엄청 많아요.”

, 지금 나 놀리냐? 물속의 고기를 어떻게 먹는단 말이냐.”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토기를 잡아먹을 듯했어요토끼는  뒤로 한 발 물러서며 말했어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낚시를 하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호랑이에게 토끼는 설명했어요.

호랑이님이 저 웅덩이의 얼음을 깨고 웅덩이 가에 앉아 꼬리를 물속에 넣으세요. 그러면 물속의 배고픈 고기들이 호랑이님 꼬리를 물 거예요. 그때 고리를 재빨리 웅덩이 밖으로 올리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호랑이는 맛있는 송어, 쏘가리를 먹을 생각에 토끼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토끼 너는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어. 만약에 고기를 못 잡으면 너를 잡아먹을 거니까.”

호랑이는 웅덩이에 꼬리를 담근 채 말했어요. 토끼는 웅크리고 앉은 호랑이 앞에 쪼그리고 앉았어요. 조금 시간이 흐르자 호랑이 꼬리가 간질거렸어요.

토끼야, 꼬리가 간지럽다.”

물고기가 호랑이님 꼬리를 물기 때문이어요. 그러나 지금 꼬리를 쳐들면 안돼요. 그러면 달랑 한 마리밖에 못 잡아요. 고기가 많이 물 때 까지 기다려야 해요.”

호랑이는 물고기를 배부르게 먹을 욕심에 꾸욱 참고 기다렸어요꼬리가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호랑이는 고기들이 꼬리를 문다고 생각했어요. 힌참 시간이 한참 흘렀어요.

호랑이님 꼬리를 살짝 들어보세요.”

호랑이는 꼬리를 살짝 들어보려고 했지만 꼬리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토끼가 호랑이에게 다가갔어요. 그러나 호랑이는 움직일 수 가 없었어요. 물이 꽁꽁 얼어 꼬리도 네 발도 얼음에 붙어버렸기 때문이어요. 호랑이는 커다란 눈만 껌벅였어요. 토끼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호랑이를 놀렸지요.

멍청한 호랑아, 얼음이 녹을 봄까지 그대로 있어라. 안녕.”

토끼는 깡충깡충 산으로 뛰어갔어요.

 

  목숨을 건진 토끼는 정신없이 뛰어가다 그만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려 잡히고 말았어요. 숨어서 기다리던 사냥꾼이 뛰어왔어요. 호랑이를 피하니 더 무서운 사냥꾼을 만난 것이지요토끼는 사냥꾼에게 호랑이를 잡을 수 있게 해주겠으니 살려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호랑이가 있는 골짜기 웅덩이로 사냥꾼과 함께 갔어요.

 토끼의 말을 듣고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사냥꾼도 웅덩이에서 네 발과 꼬리가 얼어 꼼짝 못하는 호랑이를 보고 깜짝 놀랐지요. 이제 호랑이를 때려죽이면 되었지요. 몽둥이를 들고 호랑이를 죽이려 하는 사냥꾼에게 토끼가 귓속말로 말했어요. 사냥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토끼는 다시 산으로 돌아갔지요.

 

  호랑이는 왕방울 같은 눈만 끔벅거리며 겁먹은 모습으로 사냥꾼을 바라보았어요. 사냥꾼은 호랑이에게 다가가더니 호랑이 이마의 왕자 무늬를 따라 예리한 칼로 그었어요, 그런 다음 호랑이의 엉덩이 쪽으로 가 야구 선수가 풀스윙을 하듯 허리를 비틀어 몽둥이를 뒤로 젖힌 뒤 호랑이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어요. 눈에 번갯불이 튀는 듯, 엉덩이에 불이라도 난 것 같은 아픔에 화들짝 놀란 호랑이는 "흐어엉!" 괴성을 지르며 펄쩍 뛰었지요. 그러자네 발과 꼬리는 꽁꽁 얼어 붙어있어 가죽은 그대로 있고 맨몸만 이마에 그어진 왕자 틈으로 빠져나왔어요. 벌거숭이 호랑이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산 속으로 도망갔지요. 사냥꾼은 비싼 호랑이 가죽만 거두어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