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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수다란

gureum 둔주 2020. 5. 23. 07:31

 
여자에게 수다란
 
1.
그 여인들
골목 주택가 전세살이 시절
나이도 형편도 비슷비슷해
아이들 학교 가고
남편들 일터로 나가면
모여서 부침개도 해 먹고
수다 떨면서 하루를 보냈다
 
새끼 제비 날게 되면
둥지를 떠나는 제비가족처럼
여인들의 가족도
꿈에 그리던 집을 마련해
골목 주택을 떠났다
 
여인들은
떠나기 전 모임을 만들었다
 
어언 30여 년 이어져온 모임
그 세월의 깊이만큼 정 깊어진 여인들
모이면 주고받는 수다는
자식 걱정, 남편 걱정 아픈 삶의 토로이고
내보이기 부끄러운 인생살이 고백이니
돌아서는 눈길들이 촉촉하다
아픈 삶 보듬는 마음들이 따스하다
 
2.
꿈 많은 여고 시절
유난히 친하여 떼 몰려다녔던 친구들
여고를 졸업하면서 모임을 만들었다
 
여고 동창들은
세월의 강물에 침잠되어 오는 동안
서로 다른 삶의 무대에서
서로 다른 삶의 성과 이루었다
 
모임의 역사
40여 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임은 수다로 시작해 수다로 끝난다
수다는 자식 자랑, 남편 자랑…
자랑 자랑 자랑의 파노라마이다
 
돌아서며 눈 흘긴
여고 동창들
며칠도 지나지 않아
모임 날짜
손꼽아 기다린다.
 
 3.
자랑 하나 없는 인생 없고
아픔 하나 없는 인생 없다
자랑은 감출수록 빛나고
아픔은 드러낼수록 치유된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