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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

gureum 둔주 2021. 5. 26. 09:56


슈퍼 블러드문’

지구는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의 둘레를 쉬지 않고 돈다. 지구가 태양을 돌 듯 지구를 도는 천체도 있다. 달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1년,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한 달이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며 떠 있는 붙박이별 항성이고, 지구는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이다. 달은 행성을 도는 위성이자, 38만4400㎞ 떨어진 지구의 유일한 자연위성이다. 그렇게 태양과 지구와 달은 이 순간에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지구와 달이 각자 돌다 보면 태양-지구-달 순서로 일직선상에 놓일 때가 있다. 이때 달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사라진 듯하다. 월식(月蝕·lunar eclipse)이다. 일부가 가려지면 부분월식, 전체가 가려지면 개기월식이다. 반면 태양-달-지구의 순서로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은 일식(日蝕)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함으로써 그 존재를 드러낸다. 개기월식 때면 빛이 없어 달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볼 수 있다. 대신 불그스름한 달이다. 태양의 파장이 긴 붉은빛이 달에 이르러 반사되는 ‘블러드문’(Blood Moon)이다. 보름달은 같지만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지구와 가까워져 평소보다 크게 보이면 ‘슈퍼문’, 한 달에 두 번째로 뜬 달은 ‘블루문’(blue moon)이다.

달은 한때 인간에겐 상상력의 화수분이자 보물창고였다. 세계 어디에나 달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이 풍성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에 들어 인류는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달 탐사로 달, 우주에 관한 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얻었다.

대신 달을 둘러싼 무궁무진한 상상의 힘은 상실하고 있다. 인간이 달을 밟는 시대에 계수나무가 서 있고, 옥토끼가 장생불사의 약 방아를 찧는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신비로운 천문현상인 ‘슈퍼 블러드문’은 우리의 잃어버린 상상력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우주의 귀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