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반려식물 2

gureum 둔주 2021. 6. 5. 13:00








반려식물

나의 반려식물 1 동백

1987년 1월 초등학교 동창 권배가 선물한 동백
2007년 이곳 임동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겨울이 와도 꽃 한 송이 피우지 않았다.
친구가 정성껏 모양을 꾸민
분재의 아름다움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분갈이를 해야한다는데, 어떻게 할지를 몰라
2017년 봄이 되자 발코니 화단에 옮겨 심었다.

봄 가고, 여름 오고, 여름도 가고
노란 은행잎도 떨어져버린 가을 끝자락을 지나
백설 휘날리는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붉은 동백 한 송이 피우는 것이었다.
이후 해마다 겨울이 오면
붉은 동백꽂 피고진다.

봄바람 불어오면
춘정 견디지 못해 바람난 봄처녀처럼
벚나무, 산수유, 매화 등은
새잎보다 꽃망울 먼저 터뜨리고
꽃 진 다음, 서둘러 새 잎 돋아내는데
순결한 동백은 6월이 되어서야
묵은가지에 새 줄기 내어 새 순 돋아올린다. 그리고
그자리에 겨울 오면 피워올릴 꽃망울 맺힌다.

그동안
동백이 꽃피우지 못함은
분재의 수형 유지한다고
웃자란 여린 가지들 잘라버렸기 때문이었다.
냅둬야 스스로 자라서
때 되면 저리 고운 꽃 피우는 것을
나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동백의 꽃자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이제는
작은 잎 하나도
떼어내지 않으리라.


2021. 7 둔주

나의 반려식물 2 소사
1991년 봄, 존경하는 재붕 형님을 따라
해남 금강골로 분재용 소사를 캐러 갔다.
필요한 장비는 물론 점심 준비까지
형님이 다 하시고 나는 몸만 따라갔다.
형님은 난, 분재 등 식물을 잘 기르는 전문가
나는 보는 건 즐겨도 기르지는 못한 문외한
그런 내가 형님을 따라간 것은
소사보다 형님이 좋았기 때문이다.

1994년 꿈에 그리던 내 집으로 이사했다.
재붕 형님이 집들이 선물로 소사 분재를 가져오셨다.
몇년 전 금걍골에서 뽑아온 그 소사였다.
앙당한 끌텅에 불과했던 그 소사가
우아한 자태 뽐내는 예술품으로 재 탄생됐다.
재붕 형님의 정성과 노하우가 낳은 결과다.

2020년 무성한 한여름인데도
소사의 잎들이 힘을 잃고 시들거렸다.
어찌할바를 몰라 안타까웠으나
차마 형님께 도움을 청할 수가 없었다.
형님의 더 큰 아픔에 위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발코니 화단에 옮겨 심었다
헝크러진 뿌리가 썩고 있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피는 것 말고
내가 소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더 간절히 소사의 소생을 빌었다.

가을 가고, 겨울가고, 봄이 왔다.
흐드러진 벚꽃 나비처럼 휘날리고,
들판의 새순 다투어 솟는데
소사는 새순 돋을 기미가 없었다.

벚꽃 진 자리에 새잎 솟아 파릇해지고
들판이 유록으로 물든 깊어가는 봄
어느 날 아침 물을 주면서 자세히 보니
우듬지 끝마다 잎몽우리 맺혀있는 것이었다.

야, 살아났다.
나의 무지로 죽어가던 소사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난 것이다.
아, 그러나
끝내 새잎 돋아내지 못한 곁가지 하나
나는 차마 잘라내지 못했다.

비록 형님이 가저오실 때의
아름다운 자태는 잃었지만
나는 작은 이파리 하나도 떼내지 않고
지 맘대로 살아남도록 할 것이다.

2020. 7







2020년 분갈이 늦어  고사할 위기를 넘기고
새 화분에 뿌리 내리고 저리 푸름. 
죽은 잔가지도 아까워 잘라내지 않고 있음.

3.어린 소나무 세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