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8세 소년이 아버지를 잭나이프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어 법정에 선다. 증인의 증언이 있고, 증거는 차고 넘친다.
판사의 선고에 앞서, 배심원들의 마지막 평결만 남았다. 배심원들의 평결은 유죄든 무죄든 반드시 만장일치여야 한다. 유죄면 사형이고, 무죄면 석방이다. 배심원은 12명으로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다.
12명의 배심원들은 진지한 토론도 없이 소년을 살인범으로 규정하고 투표를 시작한다. 투표 결과는 유죄 11명, 무죄 1명. 서둘러 평결을 끝내고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려 했던 11명 배심원들의 바람은 어긋나 버렸다. 무죄에 손을 든 이는 8번 배심원이다. 이들은 무죄를 주장한 8번 배심원을 힐난한다. 그러나 8번 배심원은 차분하게 대응한다.
8번 배심원은 소년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고뇌 없이 내리는 배심원들의 가벼운 평결로 인하여 18세 소년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엄중함 때문에 일단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미루게 한 것이다.
이때부터 12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 평결을 이룰 때까지 냉방도 되지 않은 좁은 회의실에서 격렬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며 격한 감정으로 몸싸움까지 한다.
격렬한 논쟁과 투표가 계속되면서 유죄 표는 줄어들고 무죄 표는 늘어난다. 8번 배심원의 설득력 있는 논리와 이성적 대응의 결과다. 그리고 생명 존중 사상의 힘이다.
소년을 살인범으로 지목한 증언과 증거는
법률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 구성된 12명 배심원들의 논리적 분석에 의해 그 신빙성을 잃어간다.
결국 12명의 배심원들은 유죄 0, 무죄 12명.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이끌어 낸다.
소년은 석방된다.
근자에 상식적이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감명 깊게 감상했던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씁쓸하게 떠올랐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1957년도에 제작된 흑백영화다. 아마 그 당시 미국의 사법 시스템도 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나 보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둔주-
# 영화는 역사의 왜곡을 바로 잡는 힘이 있다. 5.18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그것이다. 영화는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기도 한다.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다.
영화는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