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해인 수녀의 詩편지](48) 어떤 죽은 이의 말

gureum 둔주 2021. 8. 12. 10:46

늙은이가 추억을 반추하는 서해

2021년 8월 12일 경향신문에 실린 이해인 수녀님의 글 공유하고파 옮깁니다. 

이해인 수녀님

어떤 죽은 이의 말

 

안녕? 나는 지금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 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 시집 <필때도 질때도 동백꽃처럼> 중에서

 

어느 자매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유품을 보관한 종이상자에 붙여 둔 글입니다.

1. 차츰 개인의 물건을 줄여나간다.

2. 노년의 고통을 인간완성을 위한 선물로 받아들인다.

3.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들인다.

4. (내면의 고요를 위하여)외출을 삼간다

5. 타인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위안을 끊는다.

6. 자신의 죽음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도록 노력한다.

- 소노 아야코의 <100년의 인생 또 다른 날들의 시작>에서

 

2021. 8  둔주가 이해인 수녀님의 편지를 배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