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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게 배우는 정치의 지혜

gureum 둔주 2021. 8. 28. 10:59

꿀벌에게 배우는 정치의 지혜

꿀벌 집단은 개체 수가 늘면 새로운 보금자리 찾는 일을 시작하는데, 이는 대체로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일어난다. 기존의 보금자리는 새로 선발된 여왕벌에게 물림되고, 일벌 3분의 1 정도가 남아 이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면서 새 여왕벌과 함께 안전하게 집단을 유지한다.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나이 많은 여왕벌과 구성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만마리의 꿀벌 집단은 안전하게 겨울을 보낼 최적의 장소를 찾아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집터 정찰대 수백마리가 주변 지역을 샅샅이 뒤져 10여개의 집터 후보지를 찾아낸다. 후보지를 찾아낸 개개의 정찰벌은 동료들에게 자신이 물색한 곳의 위치와 환경 등을 춤을 추며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꿀벌들은 다수결의 집단지능으로 최적의 보금자리를 결정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일시에 이동한다. 이러한 꿀벌 집단의 행위는 볼품없게 돌아가는 지금의 정치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 지혜는 집단의 영속성을 위한 후계자 선택과 보금자리 물림의 방식이다. 여왕벌은 자기보다 어린 후계자에게 안전한 거처를 물려주고, 자신은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한다. 한국의 정치사에는 이렇다 할 후계자 계승과 수업이 없었다. 김대중이 노무현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비참하다. 더욱이 한국의 많은 전직 대통령들은 불운한 죽음에 이르거나, 잘못된 행적으로 교도소에 수용되는 등 불행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세계무대에 더 화려하게 데뷔한 지미 카터를 비롯해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세계 각지를 누비며 왕성한 외교활동을 벌인다.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준 여왕벌의 새 보금자리 찾기와 견줄 만하다.
두 번째 지혜는 나이와 경험이 많은 벌이 책임감 있게, 집단의 영속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집터 후보지를 찾아 나서는 정찰대의 대부분이 경험 많은 먹이 부대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꿀을 찾아 헤매던 과거의 경력을 발판 삼아, 집단을 위한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 정찰대원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판은 정치 초년생이 자신을 임명했던 주인을 물어서까지 왕이 되려 하는 형국이거니와, 같은 당내 경선에서 적자와 서자 논쟁까지 벌이는 유치찬란 뽕짝짝이다.
세 번째 지혜는 결론을 내리는 집단지능을 들 수 있다. 집터 후보지를 찾아낸 정찰 벌은 무리로 돌아와 자기가 찾아낸 새 보금자리에 대해 열심히 춤을 추며, 집단을 설득한다. 자기가 찾아낸 보금자리가 최적으로 판단되는 경우 춤사위는 더 격렬해진다. 10여개의 후보지가 최종 목적지로 확정되는 과정에 여왕벌의 개입이라든지 힘센 벌의 알력은 작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한 가지 목적은 꿀벌 집단 전체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넉넉하고 안전한 보금자리 확보라는 목표가 꿀벌의 집단지능 결과로 나타난다.

무릇 정치란 최적의 정책 제안으로 국민의 고단한 삶을 바꿔야 한다. 국민은 코로나19, 주거 및 직업 불안정, 학업 및 생계 불안 등으로 지쳐가는데, 당리당략에만 빠진 정치판엔 공허한 언어유희만 나부낀다. 보수, 진보, 민주당의 세 파가 수시로 당명을 바꾸고, 통폐합을 거듭했다. 정권 탐욕에 눈뜬 국회의원들이 철새처럼 둥지를 바꿔 타기 일쑤였다. 기존의 집터에 남아 있어야 할 벌처럼 과거와만 싸우는 정치인은 어떤가. 집터를 발견하지 못한 일벌은 춤추지 않는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대권에 나설 일벌에게서 국민의 안위와 복지를 위한 정책 대결의 격렬한 춤사위를 보고 싶다.
꿀벌의 새로운 서식처가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다. 잘못 선택한 서식지의 꿀벌 집단은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단 폐사한다. 잘못된 정치는 국민의 삶을 혹한의 겨울로 내몰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해피엔딩을 원한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