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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란자 첫날밤

gureum 둔주 2021. 9. 19. 17:42

첫날밤 포스터
 비를 맞으며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열창하는 마리오 란자

-그는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세계적인 테너 가수이다.

장면 1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극장은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한 관객으로 가득 찼고, 극장 밖은 입장하지 못한 수많은 관객이 비를 맞은 채 몰려있었다. 드디어 공연 시간이 되었지만, 그는 무대에 오르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당황한 매니저 그를 찾아 헤맨다. 그 시각 그는 극장 밖 펜들 앞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열창하고 있었다. 빗속의 펜들은 열광했다.

장면 2
모처럼 공연이 없는 날, 그는 매니저와 함께 시내 구경을 나섰다가 그를 알아보고 몰려든 여성 펜들에 둘러싸이고…, 펜들의 요청을 거절 못 해 노래를 부른다. 여성 펜들은 그의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 그 순간 꽃바구니를 든 한 여성이 그들의 앞을 무표정하게 지나간다. ‘아니, 내 노래를 듣고도 그냥 지나가다니…’ 살짝 자존심이 상한 그는 아가씨 앞으로 다가가 그녀와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지만, 아가씨는 그를 이상한 사람 바라보듯 하다가 이내 가던 길을 무심히 가버린다. 그는 야릇한 호기심으로 그녀를 뒤따른다.

장면 3
그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수술만 잘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도 한다. 그는 엄청난 수술비를 부담하면서 아가씨를 수술대에 오르게 한다.
아직 붕대를 풀지 않은 아가씨, 오페라 극장 귀빈석에 앉아 있다. 그가 무대에 오르자, 의사는 붕대를 풀어준다. 그는 아가씨를 간절히 바라보며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부른다. 아가씨의 눈빛이 환희로 밝아지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너 가수의 아리아가 들리는 것이다.-

1959년에 개봉한 마리오 란자 주연의 뮤지컬 영화 ‘첫날밤’의 장면입니다. 나는 이 영화를 1968년 재개봉관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마리오 란자의 맑고 아름다운 음색을 잊지 못합니다. 그 당시 나는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 나에게 뮤지컬 첫날밤은 환상적인 감동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지식이 짧았던 탓에 마리오 란자가 불렀던 노래의 제목들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녀의 집 파티장에서 불렀던 칸초네 ‘오 솔레미오’만은 그 감동까지 또렷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아마 학교에서 가창 시험을 볼 때 이 노래를 불러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던 기억과 누님 결혼식 때 축가로 불렀던 추억의 노래이기 때문일 겁니다.

금년은 마리오 란자의 탄신 100주년입니다. 그는 1921년에 태어나 1959년 영화 ‘첫날밤’ 촬영을 마치고 얼마 안 있어 안타깝게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습니다. 비록 그의 몸은 갔지만, 그의 맑고 고운 노래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영원할 것입니다. 축음기의 발명으로 음악이 시간과 공간의 벽에서 벗어난 이후 녹음 등 오디오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테너 가수의 계보는 1대 카루소, 2대 마리오 란자, 3대 주세페 디 스테파노, 4대 루치아노 파바로티입니다. 이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음악은 남아 지구촌 펜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2007년에 세상을 뜬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잘 알려진 것은 영상과학의 발달로 그만큼 대중과 가까이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이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테너 가수의 음악을 이리 쉽게 감상할 수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2021.9 둔주

마리오 란자의 ‘오 솔레미오’ 감상곡으로 올립니다. 영상은 영화 첫날밤의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