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 마을의 돌담
크기도 모양도 서로 달라
세상에 하나뿐인 돌, 돌, 돌
그 수많은 돌들로 쌓아 올린
구례 산수유 마을의 돌담길
비바람에 풍화되고
계곡물에 닳아온
그 길고 긴 세월의 결
가늠하기도 힘들지만
거무스름하게 찌든 돌이끼와
돌담을 휘감은 넝쿨의 뒤엉킴이
세월의 깊이를 웅변하고 있다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벽돌로 쌓은 벽돌담은
바람을 막지만, 결국은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크기와 모양이 똑같지 않아
그 틈으로 바람을 받아들인
구례 산수유 마을의 돌담은
태풍에도 결코 넘어지지 않고
마침내 자연과 하나 되었다
세상은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돌들로 쌓아 올린 돌담의 하모니처럼
얼굴이 다르듯 개성과 취향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어울림.
2020. 3. 18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