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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gureum 둔주 2022. 12. 20. 15:28

동백

가을 아직 가지 않고
겨울 아직 오지 않았는데
9층 아파트 발코니에
선홍빛 동백꽃 한 송이 피었다

지난여름 무더위 시작될 즈음
고향 그리는 손짓의 우듬지에
젖꼭지보다 작은 꽃망울 보이더니
무성한 여름이 가고
낙엽 진 가을 깊을 때까지
진력을 다해 키우고 부풀려
그리움 토해내듯 핏빛으로 피웠다

무등산 봉우리에 첫눈 아직 내리지 않고
노오란 은행잎도 떨어져 쌓이지 않았는데
남쪽 고향을 그리는 향수의 깃발인 듯
빛을 품어 빛을 내는 녹색 잎 그늘에서
수줍게 키워 온 꽃망울, 서둘러 피워 올렸다

아!
너 동백을 위한 나의 마지막 사랑은
너 동백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인가

고향 해남으로 돌아가 뿌리내리면
깊은 겨울, 흰 눈 속의 동백꽃 피워 내려나
고향 내려가 너 동백을 찾으면
백설 이불 덮은 따스한 동백으로 반겨 주려나.

2019. 11. 12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