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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파진 충무공 전첩비 앞에서

gureum 둔주 2023. 7. 9. 09:43

벽파진 충무공 전첩비 앞에서

봄 햇살을 받아
잔물결 반짝이는
고요한 저 바다, 한때는
백의종군 임이
적을 무찔러 백성을 구해야 하는
生卽必死 死卽必生의 바다였고
임의 명성을 질투하는
못난 군주의 칼날을 피해
죽음을 고민하던
백척간두의 바다였으며
오만한 천재 추사가
울분을 삭였을
유배의 바다였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생명을 잡아 올려
생명을 이어가는
생명의 바다이다
저~
바다는

세월이 흘러
임의 흔적은 사라지고
임의 발길이 머물렀던
거대한 바윗등에
추사를 흠모하던 후학
소전 손재형의 붓으로 새겨진
임의 거대한 전첩비만
무심한 봄 바다에 외롭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