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노인이로소이다
나는 노인이로소이다
생물학적으로나
나라에서 규정한 기준으로나
나는 분명한 노인이로소이다
오늘 삶을 마쳐도
그리 억울하지 않을 나이인데도
왠지 나만은 죽을 거 같지 않고
맘몬의 노예처럼 황금을 좋아하는
나는 욕심 많은 노인이로소이다
과거의 반성은 안 하면서
과거의 영광만 늘어놓는
나는 꼰대 노인이로소이다
노인을 마을의 도서관이라는데
먼 옛날 문맹의 시대에나 있을법한
노인 존중, 노인 권위의 금언이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당치도 않은
나는 디지털 맹 노인이로소이다
유년의 기억은 또렷한데도
가까운 기억은 멀기만 하고
구새 먹은 고목의 겉껍질처럼
사유의 틀은 이미 굳어서
지혜롭지는 않고, 어리석기만 한
나는 스러져가는 노인이로소이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구속받지 않은
자유로운 일상의 주인
나는 행복한? 노인이로소이다.

# 젊은이에게
나도 한때 그대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다오
꿈, 정열, 패기가 있었고
정의, 좌절, 분노도 있었소
아, 그러나 다시는
젊음으로 돌아가기는 싫소
지금도 가위눌리는 악몽은
젊은 시절의 힘들었던 날들이오
짚불처럼 사그라질
그날까지
나는 노인으로 살려 하오.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