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은 12·3 내란사태를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독재자 성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독재자성은 꽁꽁 감춰져 있다가, 지난해 12월 3일 갑자기 정체를 드러낸 것일까? 아니다. 독재자임을 감지할 수 있는 징후는 많았다.
미국의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신호를 제시한다. 두 학자는 이 ‘리트머스 테스트’에서 하나라도 걸린다면 국민들은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다.
세부 기준은 ‘군사 쿠데타나 폭동, 집단 저항 등 헌법을 넘어선 방법을 지지한 적이 있는가’ 등이다. 윤석열은 독재 정권을 찬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2021년 10월 19일)고 했고, “권위주의 독재 정부는 국민 경제를 확실히 살려놔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다”(2021년 12월 29일) 고도했다.
두 번째는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이다.
‘정치 경쟁자를 전복 세력이나 헌법 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가’ 등이 기준이다. 윤석열은 야당, 전 정부,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 등을 수차례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2022년 10월 19일),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2023년 8월 15일)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이다.
‘과거에 벌어진 심각한 정치 폭력 행위를 칭찬한 적이 있는지’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윤석열이 “만일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3월 19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2023년 10월 30일)
네 번째는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다.
윤석열은 비판 언론에 대해 내내 적대적이었다. 대표적으로 ‘바이든-날리면’ 사건(2022년 9월)을 들 수 있다. 윤석열이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엠비시(MBC)가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엠비시를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했고, 외교부는 정정보도 소송을 걸었다.
윤석열은 네 가지 경고신호에 모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징후들은 제대로 견제되지 못했고 결국 비상계엄과 내란이라는 민주주의 유린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한겨레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