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와 대흥사
고향 친구들이랑 구례 화엄사에 갔는데, 내 고향 해남 대흥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흥사는 깊고 은은한데, 화엄사는 높고 장엄했다. 대흥사 대웅보전은 중생의 지친 심신을 치유해 줄듯 아늑한데, 화엄사 각황전은 오르는 계단부터 가팔라 중생을 굽어보며 압도하는 듯했다.

화엄사 각황전
각황전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
손잡고 의지할 난간도 없어
후들후들 힘이 들고
어질어질 위험하다, 하지만
부처님 진리의 문턱에 서려면
잠시 속세의 욕망 내려놓고
이 정도 고행은 필요하지 않을까

대흥사 대웅보전
물소리, 새소리, 숲내음 그윽한
*긴 봄의 오솔길 끝에 다다르면
유네스코가 문화유산 사찰로 지정한
*무염의 세계, 해남 대흥사가 있다.
천년고찰 대웅보전 앞에서, 겸허히
집착의 옷 벗으니 번뇌가 흩어진다.
2025. 3
둔주
* 긴 봄(長春) 대흥사 들어가는 골짜기 이름
* 무염(無染) 대흥사 경내의 연못 이름으로, 세속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