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억해줘

gureum 둔주 2020. 8. 8. 09:32




기억해줘

그 나라는 ‘죽은 자들의 날’이란 풍습이 있다.
그날이 오면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저승의 다리를 건너 살아있는 가족들의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은 조상들의 사진 앞에 둘러앉아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사랑을 새롭게 다진다.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가족들이 자신을 기리는 정겨운 모습을 보며 행복해한다. 살아있는 가족은 죽은 자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족의 집에 죽은 조상의 사진이 걸려있지 않으면 죽은 자들은 저승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 때문에 ‘죽은 자들의 날’이 돌아와도 그들은 살아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다. 죽은 자들의 텅 빈 세계에서 쓸쓸히 보낸다.
죽은 자는 그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존재하지 못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흩어져 사라지고 만다. 죽은 자는 살아있는 자들이 자신을 기억해 줄 때만,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딸 코코를 두고 집을 떠난다. 음악가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집에 남은 아내는 남편 돌아오기를 기다리나 세월이 흘러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는 생계를 위해 구두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사업은 잘되었다. 음악은 가족을 흩어지게 했고 구두는 가족을 뭉치게 했다. 아내는 가족을 헤어지게 한 음악의 흔적을 없애버렸다. 딸 코코를 무릎에 앉히고 찍은 가족사진에서 남편의 얼굴도 찢어버렸다. 그러나 어린 딸 코코는 찢겨 나간 아빠의 얼굴을 엄마 몰래 숨겨둔다.

한편 집을 떠난 남편은 친구와 함께 공연하러 다니고, 작곡하고, 딸을 위한 시를 쓰면서 음악가로서 성공의 기반을 다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와 딸 코코와 함께한 시간보다는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은 친구의 말림을 뿌리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친구는 이별의 잔이라며 술잔을 권하고 남편은 그 술을 마시고 쓰러져 죽는다.
남편을 독살한 친구는 남편의 기타를 가지고 남편의 음악을 자신의 작곡으로 위장하여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 죽자 사람들은 그의 동상을 세우고, 기념관을 짓고, 그를 기리는 음악 축제를 연다. 남편은 소리 없이 사라졌지만, 살인자 친구는 죽어 음악의 전설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린 딸 코코는 정신 가물가물한 증조할머니가 된다. 4대가 한 지붕 아래 산다. 증조할머니 코코,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구두에는 관심이 없고 음악가를 꿈꾸는 꼬맹이 아들이다.
꼬맹이는 가족 몰래 음악 축제에 나가기 위해 기타를 만들어 연습한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들켜 기타는 박살 난다. 낙담한 꼬맹이는 실수로 그만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떨어뜨리고 만다. 코코의 어머니가 남편에 대한 화풀이로 남편이 얼굴을 찢어버린 그 사진이다. -코코 어머니는 꼬맹이에게는 고조할머니다- 당황한 꼬맹이, 사진을 들어보니 얼굴 없는 고조할아버지의 –코코의 아버지- 한 쪽이 접혀 있는 것이 아닌가. 접혀진 부분에는 고조할아버지가 기타를 들고 있었다. 그 기타는 전설의 기념관에 있는 바로 그 기타였다.
꼬맹이는 전설이 바로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라고 믿게 된다. 꼬맹이는 전설의 기념관으로 몰래 들어가 전설의 사진 아래 있는 기타를 가지고 나온다. 축제에 나가기 위해서다. 그 기타는 살인자 전성이 코코의 아빠를 죽이고 훔친 기타이다.

꼬맹이는 나오다 갑자기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니 자신이 있는 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였다.

살인자 전설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음악가로 공연의 무대를 누빈다. 그러나 코코의 아빠는 그곳에서도 코코의 가물거리는 기억에 의존해 힘겹게 살아간다. 가족사진에 얼굴이 없으니 코코를 보기 위해 저승의 강을 건너지도 못한다.
결국, 꼬맹이의 모험과 지혜로 전설이 코코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로 밝혀지고, 전설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꼬맹이는 드디어 기타의 진짜 주인, 음악의 진짜 작곡가인 코코의 아빠를 찾게 된다. 그분은 증조할머니 코코의 아빠이며 꼬맹이 고조할아버지이다. 그러나 고조할아버지 존재가 사라질 위기이다. 증조할머니 코코의 삶이 가물거리기 때문이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꼬맹이는 정신을 놓아가는 코코 할머니 앞에서 그 옛날 아빠가 딸을 위해 불렀던 노래 ‘기억해줘’를 부른다. 증조할머니 코코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정신이 돌아온다. 고조할아버지도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재로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난다. 증조할머니 코코가 숨겨둔 아빠의 얼굴 사진을 내놓는다. 가족사진에 코코 아버지 얼굴을 붙인다.

이후 살인자 전설의 동상, 살인자 전설의 기념관은 코코 아빠의 동상, 코코 아빠의 기념관으로 바뀐다. 기념관에는 코코를 위해 쓴 아빠의 시詩도 함께 전시된다.

세월이 흘러 코코는 죽어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간다. 그곳에서 코코는 아빠, 엄마와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죽은 자들의 날이 돌아왔다. 아빠는 코코와 아내의 손을 잡고 가족을 보기 위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저승의 다리를 건넌다. 꼬맹이는 새로 생긴 동생의 손을 잡고 가족사진 앞에서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해준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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