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성 2

gureum 둔주 2020. 8. 16. 10:38

모성 2

홍수로 둑 무너져
구례읍이 물에 잠겨버렸을 때
지붕 위로 피신한 소 아홉 마리
물 빠진 후 여덟 마리는 구출했으나
암소 한 마리는 이틀을 굶으며 버티어
마취총을 쏜 다음에야 구출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암소는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암소는 뱃속의 새끼 다칠까 봐
사람들의 위험한 구출을 거부한 것이다.

암소는 사력을 다해 자궁문 닫고
출산을 미루며 참아오다가
새끼의 생존이 보장된 다음에야
목숨보다 귀한 새끼 두 마리를 낳았으니
모성은 생존의 본능보다 위대했다.


모성 3

물바다가 된 구례군 한 축사에서
급류에 떠내려간 암소 한 마리
흙탕물 넘치는 섬진강에 휩쓸려
67km를 표류하다가 사흘 만에
남해군의 무인도 난초섬에 올라
기적적으로 구출되었다.

암소는
임신 4개월이었다.

말은 강물을 헤쳐 이기려다 익사하고
소는 강물에 순응하여 살아남는다는
사자성어四子成語 우생마사牛生馬死를 들어
사람들은 암소의 생존 이유를 설명하지만
암소가 필사적으로 살아야 할 절절한 에너지
그것은
뱃속의 새끼 지키려는 거룩한 모성이었다.

2020년 8월 둔주

집중 호우로 피해가 큰  이재민들께서
용기를 잃지 않으시길 빕니다.
2023. 7. 17. 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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