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솜옷에 새긴 시
변방 전쟁터로 나간 병사
추위와 고달픔에 잠인들 잘 이룰까.
내 손수 지은 이 전투복
어느 병사가 입고 추운 겨울 이길지.
신경 써서 한 땀 더 바느질하고
정성 담아 한 겹 더 솜을 댄다.
이번 생애야 도리없이 지나가지만
다음 생엔 인연이 맺어지기를.
황제는 궁녀들에게 추운 겨울 병사들이 입을 솜옷을 만들도록 한다.
솜옷은 황제의 이름으로 병영에 지급되고, 병사들은 황제의 성은에 감사하며 궁궐을 향해 큰절 올린다.
솜옷을 받아 든 어느 병사, 옷 속에서 글귀를 발견한다. 까막눈 병사는 곧바로 장수에게 보고한다. 글을 제대로 깨쳤다면 그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며 한결 따스한 겨울나기를 했으련만, 병사는 이 낯선 문자가 더럭 겁이 났던 것이다. 이를 받아 든 장수 역시 무식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다시 황제에게 올린다.
황제는 궁녀들에게 시를 내보이며 죄를 묻지 않을 테니 누가 지었는지 말하라고 한다. 한 궁녀가 벌벌 떨며 꿇어 엎드리자, 황제는 다음 생까지 기다리지 말라며 그 병사와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었다.
황제는 구중궁궐에 갇혀 청춘을 사르며 이생을 포기하고 다음 생애를 기약하는 궁녀의 처지가 측은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땀 한 땀의 바느질과 겹겹의 솜뭉치 사이로 스몄을 정성이 갸륵했던 것이다.
황제는 양귀비를 사랑한
로멘티스트 당나라 현종이다.
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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