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마을의 돌담길
세상에 하나뿐인
돌들로 쌓아올린
산수유 마을의 돌담길
비바람에 풍화되고
계곡물에 닳아온
그 길고 긴 세월의 결
가늠하기도 힘들다. 다만
거무스름하게 찌든 돌이끼와
돌담을 휘감은 넝쿨의 뒤엉킴만이
세월의 무게를 웅변하고 있다
크기와 모양이 같은 벽돌로 쌓은 벽돌담은
바람을 막아 결국 바람에 넘어지고 말지만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돌들로 쌓은
구례 산수유 마을의 돌담은
바람을 받아들여 결국 자연에 동화 되었다
세상은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돌들로 쌓아올린 돌담의 하모니처럼
얼굴이 다르듯 개성과, 취향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어울림이다.
그 남자
실안개 그윽한
지리산 깊은 골에
산수유 꽃 피어날 때
꽃담 길 걸으며 친절히 안내해 주신
임은 아직도 맑은 청년의 얼굴입니다
구례 산동 골짜기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동안
꽃향기, 계곡물, 골바람이
임의 심연에 스며들었기 때문이지요
임의 심성은 지리산을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