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망초

gureum 둔주 2020. 6. 14. 06:59

개망초 전설

자식들 도시로 떠나고
지아비마저 저승길로 떠나버린 넓은 집에
홀로 남은 늙으신 어머니
허리 굽도록 집안 구석구석 쓸고 닦고 풀 뽑으시니
백 년 세월 사 대를 이어온 마당 넓은 집은
풀포기 하나 없이 정갈했었다

넓은 마당에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의 포근한 오후
거동마저 불편한 늙으신 어머니
토방에 홀로 앉아 따순 봄볕 쪼이시며
시집온 날의 수줍은 추억 그리시다
물처럼 정결한 모습 그대로
지아비 기다리는 저승으로 훨훨 가셨다

이후
휑한 빈집의
마당은 황량했었다

칠월의 여름햇살
눈부시게 쏟아지던 날
어느새 풀 우거진 빈집의 넓은 마당
늙으신 어머니의 흰 머릿결 같은
순백의 꽃
눈처럼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망초꽃으로 서서


눈에 밟히는 너의 그림자 때문에
많은 날들이 가버린 지금까지도
문 밖에 서서 나는
강물 소리를 받아내고 있구나

함께 죽어도 좋을
그런 시간의 계단에서
꽃보다 붉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싱거운 웃음이나 달고
망초꽃으로 피었겠는가

우리가 어찌 한두 번쯤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사는 일의 서러움으로
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이 스쳐가는 자리마다
발자국처럼 피어서
너를 불러 보는 저녁나절

三界의 길목을 다 돌아와서도
흔들리는 하늘을 견디며
지금 내 속살까지 물들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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