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 가까이 있는 교회의 종은
둥근 테를 줄로 당겨서 테와 연결된 종을
시계의 추처럼 흔들리게 하면
종 안에 달린 쇠뭉치가 종의 내부를 친다.
소리는 종 안에서 밖으로 퍼져
소낙비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낮은 땅 가까이 있는 사찰의 종은
종루에 연결된 육중한 당목을 뒤로 당겨
종의 당좌(撞座)를 치면, 소리는 종 안에서
울림을 일으키면서 낮은 세상으로 퍼진다.
마치 비오는 날 초저녁, 가난한 초가지붕 아래
키 작은 굴뚝의 연기가 땅 위로 번지는 듯하다.
교회의 종소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의 소리, 신의 소리
사찰의 종소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심연의 소리, 내면의 소리
종2
땡~땡 교회종소리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리
긴 빛의 꼬리 달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똥별
교회종 소리는 빛이다.
우~웅 범종소리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소리
흙에서 나와 흙으로 가는
중생의 아픔을 위로하는
우주의 숨소리
범종 소리는 울음이다.
둔주
임!
천자암 쌍향수 보고 왔습니다.
무려 30년만입니다.
임이랑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넘어
송광사 가는 산길
쌍향수 보기 위해 길 헤매다
결국 가지 못했던 그날이
선명히 떠올랐 습니다.
깊고 높고 호젓한 암자에
거대한 범종이 어색했습니다.
오직 쌍향수만
숨을 멎게 했습니다 .
2020. 10. 21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