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달력 앞에서
1.
12월의 달력 앞에서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생각한다
담쟁이 이파리 마지막 한 장마저 떨어지는 날
자신의 생명도 끝날 거라는
폐결핵 환자 존시의 감상적 절망을 생각한다
12월 달력이 벽에서 떼어지는 날
2023년의 생명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감상적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
2024년의 희망찬 태양이
새롭게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2.
12월의 달력 앞에서
2023년 하루하루의 날들을 더듬어 회상하니
다짐하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역시나...
계획하고, 계획하고, 계획했지만, 역시나...
후회하고, 자책하고, 반성하는 날들이 많았다
아! 그러나 그것은
마음 비우면 해결될 일들에 대한
욕심이었고, 집착이었다
의로움을 앞세워 이로움을 추구한
위선에 대한 양심의 질책이었다.
3.
12월의 달력 앞에서
이제는 2023년의 하루하루 날들을
감사의 마음 담아 망각의 세계로 보내련다
이는 여느 해보다 감사할 일 많아서가 아니다
연습도 없고, 다시도 없고, 되돌리기도 없는
하루하루 날들의 그 소중한 가치를
12월의 달력 앞에서
뒤늦게 깨달은 감사함이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진정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하루하루 흘러간
2023년의 날들이여!
감사했노라
하루하루 흘러간
2023년의 날들이여!
아듀!
2023. 12
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