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사위(四圍)
검은 바다는
파도 잠들어 잔잔하고
별빛 총총한 하늘은
시리게 고요했다.
나는
늦은 오월의
새벽 한기를 피해
몸을 움츠리고
어둠에 묻힌 수평선을 주시했다.
드디어
수평선 위로 붉은빛 띠는가 싶더니
잿빛 하늘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자궁막 찢고 탄생하는 어린 생명 같이
피보다 붉은 해 수평선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 순간
홍해 바다 갈라져 모세의 길 열리듯
해와 나 사이에, 빛나는 황금빛 물결이
빛의 다리인듯 눈부시게 이어졌다.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해님을 가슴에 품는
환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경이로운 감격을 표현할
언어를 알지 못해 침묵했다.
☆ 사진은 낙산사 일출이 아님
화해 이일승 님 작품
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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